낡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이유

망원동 일대에서 노래방 좀 다녀봤다는 사람들은 다들 음향 시설이나 마이크 품질 같은 뻔한 소리나 늘어놓지. 그런데 말이야, 정말 노래의 본질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껍데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좁은 박스 안에서 얼마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되느냐 하는 공간의 폐쇄성이다. 남들이 최신식 기계를 찾아 헤맬 때, 나는 망원동 골목 안쪽 구석진 곳에 박힌 낡은 코인노래방을 고집한다. 그곳의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다소 투박하고 거친 고음이 오히려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법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설이 깨끗하고 조명이 화려한 곳을 찾지만, 그건 그냥 놀이터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말로 무언가 토해내고 싶어서 노래방을 찾는 거라면 낡은 벽지 위에 묻은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위로가 되는 법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점포는 사장님들의 관리 하에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 나는 그런 뻔한 시스템이 싫다. 망원의 뒷골목을 걷다 보면 간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런 곳들이 있는데, 거기야말로 당신들의 목소리를 가장 날것 그대로 받아줄 유일한 장소다.

물론 시설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마이크가 끊기지 않아야 하고 리모컨이 작동은 해야겠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그런 물리적인 스펙 그 이상이다. 망원동의 낡은 코인노래방들은 대부분 사장님들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은 손님이 몇 곡을 부르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무심함이야말로 우리가 노래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비결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타인의 간섭 없이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완벽한 고립인데, 망원의 골목들이 가진 그 무심한 분위기가 그 목적에 딱 부합하지.

혹시라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깔깔거릴 곳을 찾는다면 내 말은 그냥 잊어버려라. 내 방식은 철저히 혼자 혹은 딱 한 명의 동료와 함께 들어가서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까. 오늘 저녁, 망원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가장 허름해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 봐. 거기서 낡은 스피커가 뿜어내는 거친 소리에 몸을 맡기다 보면, 당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들을 하며 살고 있었는지 조금은 깨닫게 될 거다. 힘들면 잠시 쉬어도 괜찮으니까, 너무 스스로를 몰아세우지는 말고.